[편집자주] '당뇨병'이란 이름 뒤에서 두 번 우는 이들이 있다. 국내 4만4552명(2022년 기준)의 '1형 당뇨병' 환자들이다. 진단과 함께 하루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꼬박 챙겨 맞고 손가락을 하루에도 여러 번 찔러야 살 수 있다. 먹는 약도, 완치법도 없어 이들의 온몸엔 바늘자국 투성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이다. 바늘 뒤로 눈물 훔치는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이들을 괴롭히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집중 조명한다.
제1형 당뇨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다. 췌장의 베타세포 파괴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체내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가족력과는 무관하다. 음식이나 생활 습관이 잘못됐다고 발병하는 것도 아니다. 환자단체는 "관리를 잘하면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오지 않는다"며 이 병을 '당뇨'가 포함되지 않은 '췌도(췌장)부전'으로 불러달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제1형 당뇨병의 치료는 장기전이다. 완치되지 않는 병은 그 자체가 공포로 다가온다. 정신적·신체적 부담을 환자와 보호자 모두 겪는다. 혈당측정기, 인슐린 주사 등 치료·관리에 드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달 초 충남 태안에서 어린 딸의 1형 당뇨병을 치료하던 일가족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평생 가는 고통, 경제적 부담도 '족쇄'실제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환자 보호자 10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혈당 관리가 어렵고 완치가 되지 않는 점"(79.1%)이었다.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58.2%)과 요양비 적용 지연 등으로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사용이 힘든 점(51.4%)처럼 비용 지출에 관한 어려움이 뒤를 따랐다. 같은 조사에서 병원·약국 등에서 쓴 의료비와 의료기기·소모품 구입비가 연간 1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50.2%, 74.9%로 절반이 넘었다. 저혈당 대처를 위한 음식 구입 등 치료 보조에 드는 비용을 더하면 연간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게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10명 중 7명은 1형 당뇨병 진단 후 "다른 지출을 줄어야 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비용 지출에 대한 걱정에 의료기기나 소모품 선택을 주저한 적이 있는 비율도 93%에 달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특히 성인 중에는 지속적인 의료비 지출이 부담돼 혈당 관리에 손을 놓고, 합병증이 도져 사회생활을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악순환에 빠진 사례가 적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봐도 제대로 혈당을 관리하는 환자는 5%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2019년 1월, 건강보험으로 연속혈당측정기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등 지속해서 '대책'을 내놓곤 있지만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태안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건 역시 보건복지부가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부담 완화 정책을 발표한 후 발생했는데, 이는 정부 정책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단편적으로 의료기기 비용 등을 줄인다고 '1형 당뇨인'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가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증난치질환 인정, 산정 특례 적용해야환자단체는 체계적인 제1형 당뇨병 관리를 위해 요양비 청구 간소화, 중증난치질환 등록과 산정특례 적용, 요양급여 인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먼저 요양비 청구 간소화다. 제1형 당뇨병은 병원에서 진료받거나 약을 사는 비용보다 의료기기·소모품에 더 큰 비용이 든다. 인슐린 펌프 등은 의료기기 판매업체를 통해 구매하는데, 환자가 자비로 구입한 후 보험공단에 청구하면 비용 일부를 환급받는다. 병원과 같은 요양기관이 집행하지 않아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로 구분되며 정부 지원은 대부분 이 요양비 경감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청구 방식이 복잡하고, 혜택이 집중된 연령도 19세 미만으로 제한돼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게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실제 제1형 당뇨병 요양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 5년가량 됐지만, 국내 환자 중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10.7%, 연속혈당기와 연동되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비율은 0.4%에 그친다. 특히, 전체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성인은 경제적 부담에 더해 시간에 쫓기고,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미영 대표는 "구매할 때마다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고, 해당 기관 담당자가 순환 근무해 요양비를 모르면 일일이 설명까지 해야 한다"며 "민간 보험금 청구처럼 사진만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중증난치질환 지정이다. 환자단체는 중증도와 합병증 위험을 고려할 때 암·심장 질환처럼 1형 당뇨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구분하고 산정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정특례는 중증난치질환을 대상으로 입원이나 외래 시 본인 부담 의료비를 각각 20%, 30~60%에서 둘 다 10%로 낮춰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김 대표는 "진료비 걱정에 단순히 인슐린 주사만 맞는 환자가 너무 많다"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의료기기 사용 등 교육과 검사를 받아야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의료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정특례 제도는 최장 5년으로 혜택 기간이 제한된다. 다만 암이 재발하거나 장기이식, 혈우병, 일부 류마티스 질환 등은 특례기간 종료 이전에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재등록을 통해 제1형 당뇨병도 지속해서 산정특례 혜택을 받는 게 가능할 수 있다. 이후에는 요양급여 인정에 따른 혜택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게 환자단체의 판단이다. 치료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기기·소모품 접근성도 높아져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정부가 아이에서 어른까지 생애주기별 통합 관리 체계를 마련해 제1형 당뇨병 환자와 보호자가 안고 가야 할 '평생의 짐'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만, 현재로서 관련 정책의 정비·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1형 당뇨병을 '소아당뇨'로 부를 만큼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데다 중증난치질환과 요양급여 지정은 타 질환과의 형평성·경제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소아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 등에 대해 요양비 지원을 확대하고, 인슐린 사용 교육과 상담 횟수를 늘리는 등 대책을 조기 시행한 후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을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1형 당뇨병 환자와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책에 반영시켜 나갈 것"이라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